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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세상

수연아, 너도 김대중 대통령님께 인사드렸단다.


퇴근후 집에 오자마자 밖에 나가겠냐고 물었더니
유치원도 못가고 하루종일 집에 있었던 너는, 내 다리를 붙잡고 좋아했었지.
집에서 나와 '많이 먹으면 병 생긴다'는 말을 하면서도 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줬어.
먹을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자전거 뒷칸에 너를 태우고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 해줬어.
'대통령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인사 드리러 간다'고..

'돌아가셔서'를 이해 못한 너를 위해 '죽었다'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그만 목이 메어 아무말 없이 페달만 밟았었다.

그땐 비록 네가 5살밖에 안되었지만, '죽음'이란 단어의 뜻은 알고 있었지.
분향소엔 다 도착했는데 왜 죽었는지를 자꾸 캐물었어.

"으응, 병이 나서 돌아가셨어"
"왜 병이 났어?"
"늙으면 병이 다 나는거야"
"왜 늙었어?"
"오래 살면 다 늙는거야"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서 늙었어?"
"그러니까 수연이는 많이 먹지마. 알았지?"

방명록에 자기 이름을 쓰고나니
리본도 받고 꽃도 받았어.

수연이가 착해서 리본을 주셨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주신거라고 또 좋아했었어.

오늘 이후엔 넌 잊어버리겠지만,
너는 꽃을 바치며 대통령님께 작별인사를 했었다.

나중에 더 크면 이 사진과 함께
어떤 분인지 이야기 해줄께.
그것은 역사적으로 훌륭한 분과 대면한 것이라고.
너 역시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속에서 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