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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


중국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북한 백남순 외무상이 한 포럼에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2006.7.27

"북한이 미국한테 깝치는 것은 중국 때문이다"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생각이 좀 더 신중해졌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히면서 "북한은 중국을 제일 싫어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지난 25일 열린사회시민연합 2차 정례포럼 “열린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북 핵위기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2시간정도 강의를 잘 들었습니다. 북한이 '왜' 조문단을 파견했는지(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1)경제적인 이유와 2)미.중의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이전 사례들과 앞으로 국제협약 전개(2010 NPT 재검토회의)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사진 안에 저는 없습니다.^^;

강의내내 몇몇 궁금증이 풀리기도 하고 흘려버렸던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지만, 가장 제 머리를 깊게 찌른건, 바로 북-중 관계에 대한 견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둘의 관계는 무심코 제가 생각해오던 종속상하관계나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닌 '상호이익의 관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그간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미국이나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을때도 사실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했고, 중국은 북한편을 들기 보다는 '달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죽지는 않을 정도로 '관리'를 하고있는 듯하고, 북한은 중국의 편입의도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북한내엔 친중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중국으로의 자발 편입을 목적으로 현 북한정권을 붕괴하려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심지어 회의석상에서 중국측 참석자가 배석한 가운데서도 '혁명을 팔아먹는 자가 있다'며 중국 비판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이 부분의 내용과 장소는 제가 정확히 필기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반중의식'은 건국초기부터 있었을 가능성도 설명하였습니다. 북-중 관계를 단순하게 생각해온 저로선 매우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1930년대 일제시대 만주에서 '반민생단투쟁'이 왜곡되며 당시 한인 공산당원들에 대한 숙청운동이 전개되었고, 곧 조-중 민족대립의 양상으로 발전되었다. 당시 17세의 김일성도 숙청대상자로 몰려 죽을뻔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아무튼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북한 조문단이 방문하게 되었고, 모처럼 찾아온 남북대화의 호기를 잘 살려야 되는데, MB정부의 태도는 매우 아쉽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북한조문단은 그야말로 '회담 최고위급'들이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조문만 하러 온 것이 아니고 북한 최고지도자의 '메시지'을 가지고 우리와 '회담'을 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사설 조문단'이라 칭하거나, 만남을 지연하고 다른 외국 조문단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등 북한 입장에선 '굴욕적'일 수 있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일명 '버릇을 고치려 하는' 이런 자세가 지속되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국제문제는 자국의 '이해'을 국제적 '명분'으로 감싸고 '실익'으로 움직인다는 원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외교 뒷편에서 일어나는 정보가 거의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진실을 파악하기엔 어렵습니다. 일반인들에겐 고정화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북한은 어쩌면 중국>일본>한국>미국 순으로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저의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친미국가 북한'(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포섭)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전쟁 전후의 남북한과 국제환경은 이제 시간이 흘러 많이 변하였습니다. 남북한 경제력 차이가 적게는 30배 많게는 100배를 논하게 된 지금 아직도 '적화통일'을 두려워 할 필요가 있을까요. 북-미 관계개선을 넘어 북한이 적극적으로 '친미'정책을 쓰기 시작하면, 남한에서는 오히려 '뉴라이트 반미'세력이 생겨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ps. 녹취가 아닌 기억과 필기에 의한 내용이다보니, 틀린 내용이 있을수도 있겠네요. 같이 들으신분들 중 그런 것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사실 위 인용말 중 '중>일>한>미' 인지 '중>한>일>미'인지 살짝 헷갈리네요.-_-;
 

 구갑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및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쉐필드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을 수학했다. 현재는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지역 국제경제기구의 형성 및 제도화”(공저, 2000) “국제정치경제(학)와 비판이론:존재론과 인식론을 중심으로”(2004) “남북한 관계에 대한 메타이론적 접근”(2004)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동아시아 다자간 안보협력에 관한 연구”(공저, 2005) “한국의 평화외교:평화연구의 시각”(2006) “The System of Division on the Korean Peninsula and Building a ‘Peace State’”(2006) 등의 주요 논문과 『북한연구방법론』(공저, 2003) 『현대 국제관계이론과 한국』(공저, 2004) 『남북한 관계론』(공저, 2005) 『북한 도시의 위기와 변화』(공저, 2006) 『한반도 경제론』(공저, 2007)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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