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세상

서해안에 가신다면 신두리 해변.


처갓집이 태안군 이원면에 있기 때문에 그곳은 2002년 이후 매 년 거의 매 분기마다 방문해왔다. 그리고 여름이건 겨울이건 처갓집에 올때엔 꼭 바닷가를 들렸기 때문에, 만리포부터 북쪽 끝 꾸지나무골까지 그 위쪽으로 있는 해수욕장과 큰 해변은 거의 다 가보았다.

해변들은 모두 각자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 중 가장 인상적인 해수욕장은 바로 신두리 해변(해수욕장+해안사구)이다. 이곳의 해안사구는 빙하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동양최고(古)의 해안사구, 국내최대의 모래언덕으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2003년 초겨울 저녁, 난 이 곳과 처음 만났다. 3km가 넘게 이어진 백사장과 육지쪽 1km까지 덮어버린 모래더미를 보고, 이런 놀라운 자연을 아직 남겨주신 하늘에 감사했다. 그 후 태안에 가면 이 곳을 꼭 찾았다.

2003년 해변. 해안 남쪽 일부 펜션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모래 뿐이라 꼭 황무지 혹은 사막 같았다.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신두리 해안. 북쪽 일부지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모래가 쌓일 수 밖에 없는 지형 아닌가!


2005년 사진.


2006년. 수연이와 엄마. 그리고 이모 둘


2007년. 여름. 바닥에 무수한 생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2007년 12월... BBK의혹으로 누군가 궁지에 몰린 그때. 신두리를 비롯한 학암포, 만리포 등 그동안 정 붙인 거의 모든 해변이 기름에 덮여졌었다.
자원봉사자들의 '기적'으로 빠른 복구가 진행되었지만 완벽한 제거란 불가능했고, 2008년 여름 태안의 바닷가는 한산했다. 겉보기엔 깨끗했지만, 땅을 파면 기름이 나왔고, 물 빠진 모래위를 빈틈없이 덮었던 다슬기와 소라, 게가 사라졌었다.


2009년. 기름? 아.. 그랬지! 신두리 이젠 깨끗합니다.

사고후 1년 반, 최소한 신두리에서는 기름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않다. 사실 해변 모래 한 곳에서 약간의 기름띠를 발견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2007년의 그 기름인지 알 수 없고, 그 외 장소에선 전혀 기름이나 냄새가 없었다. 모래의 여러 생물들도 상당히 많은 수가 보였다. 신두리 해변이 천연기념물 지역이기 때문에 방제작업도 그만큼 신경을 썼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기름이 나오는 해변이 있다고는 합니다.

관련글: 태안 봉사활동을 다녀오다.


올해 저희 가족의 마지막 여름여행 방문지, 신두리 해변.

사진찍기도 거부하고 무조건 바다로 달려가는 딸 수연이. 그리고 잡으러가는 나.


마지막 여름휴가 기간이었던 15~16일 동안, 서해 해수욕장들은 '기름'이란 단어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많은 피서객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15일에 서해안 일대에 '해무'가 낀 것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15일 만리포, 오후 5시. 오전 아님.

이날 해변은 10미터만 떨어져도 뿌해지고, 20미터이상은 형체만, 40미터이상은 안보입니다. 만리포만 그런게 아니고 신두리, 백리포 잉 다 이러네... 

지역민 말로는 인근에 찬 물(찬 공기?)이 들어온 것 같답니다. 7월 개장이후 이런일이 없었다는데... 여름도 이젠 끝물인가 보네요.

햇빛이 없고 안개가 차가워서 수연이는 수영복은 커녕, 긴팔옷을 덧입고 모래성만 쌓았습니다. 위의 사진만 보면 조용한 새벽시간의 감미로운 연인사진이지만, 저걸 동영상으로 찍었다면 두 연인 넘어 수백명의 사람들이 물장난하는 소리가 나오게 될 겁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