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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송파

강동촛불 1주년 문화제, MB덕에 다 모였습니다.


강동촛불 1주년 문화제. 8/1 천호동공원

토요일도 3시까지 근무하는 관계로 현수막을 찾아 현장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습니다.
5시부터 사전마당이라 이미 삼발이 선전물과 기타 선전물들의 설치는 끝났고, 풍선던지기와 떡메치기등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공원 나무 밑에선 어르신들의 스트리트 바둑배틀이 한창이고, 선전물을 둘러보는 시민분들과 여기저기선 간만에 만난 사람끼리 인사가 바쁩니다.

좀 더 일찍 왔었으면 손수 디자인한 현수막을 들고 천호동 사거리까지 갔다오려고 했으나, 머리속에 여러 핑계가 떠올라 결국 무대 옆에 걸었습니다.

매달고나니 더워서 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브이 포 베데타' 복장을 쓱 내밉니다. 예전 수요촛불때 한번 쓴 적이 있었는데 제일 잘 어울린다면서.. '이 더운날 이걸 쓰고..' 일단은 알았다고 받아놨지만, 사진 때문에 안된다고 슬쩍 도망쳤습니다. 죄송..

미디어악법 관련 패러디 현수막과 행사주변 선전물들

"원본과 나란히 걸어야 맛인데..." 사람들이 패러디를 이해했나 모르겠습니다.

암튼 7시가 넘어 자리를 깔고 앉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행사사회는 작년 촛불시위때 우연한 계기로 강동촛불과 인연을 맺게 된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님이 맡아주셔서 행사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잘 잡아주셨습니다.

"MB덕에 다 모였네"

위 4개 정당 외 전교조, 보훈병원노조, 강동시민연대, 열린사회강동송파시민회, 위례시민연대, 한살림, 어린이책시민연대 강동지부,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함께가는 강동 장애인부모회, 다함께 강동송파지회, 강동노사모, 강동시민광장, 여성농민회, 지역 노조들과 송파촛불, 강남촛불 등등등 타 지역분들도 참여해 주셨다고 합니다. 집회가 아닌 문화제였기 때문에 깃발을 든 조직적인 참여보다는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참여를 해주셨고, 한자리에서 만나게 해준 MB에 대해 '칭찬' 한마디씩을 하였습니다. (단체중에는 기억 안나는 곳도 몇몇 있습니다. 혹시 알려주시면 첨부하겠습니다.)

묵념에 이어 까페지기님의 인사말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앉으신 분들은 100여분정도 였지만, 몸빼 복장의 '앗싸아 걸스'가 '무조건' 노래와 함게 등장하자 주변의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주목끌기 작전은 일단 성공입니다. 이어 언더밴드 '반짝반짝 빛나는'의 파랑님의 노래가 이어지고 '앗싸아 걸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노래에 맞춰 앵콜공연도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밴드'의 파랑님, 앗싸아 걸스 공연 모습



'MB덕치'의 산증인들

공연 중간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분들이 나오십니다.

바로 지난 12월10일 일제고사 통지문을 보냈다가 해직 당하신 '해고교사' 두 분과 '기획해고'를 당하신 서울보훈병원 비정규직 어머니 입니다.

강동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강동에서 다니고 명일초등학교에서 해직된 최혜원선생님은 '임용된 지 얼마되지 않아 닥친 일에 충격도 있었지만, 함께 해준 강동촛불이 있어 힘들지 않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역시 해직되신 송용운(선사초 해직, 53)선생님은 졸업식 이후로 수염도 깎지않으시며 농성을 해오고 계셨습니다. 송 선생님은 자신들의 해직이후 다른지역에선 똑같은 사안으로 경고 혹은 징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다며,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내년엔 복직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꼭 그렇게 되길 기원합니다.

그러나 해고되신 비정규직 분들은 훨씬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발언을 하신 분은 병원에서 주방일을 하셨는데 '환자가 있는 이상 밥을 만드는 사람이 계속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100만 해고대란 자작극'을 펼치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383명의 대규모 해고를 하였다고 증언하셨습니다. 또 당장 딸들을 가르키고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 딸들이 다시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당장의 복직과 비정규직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였습니다. 역시 빠른 복직을 기원합니다.

좌로부터 3일 연습한 긴급 프로젝트 노래팀, 민중가수 박성환님, 이수진님, 강남촛불의 꼬냥님


행사 뒤엔 80여분이 한강고수부지로 이동하여 뒷풀이가 이어졌고, 육개장부터 막걸리까지 보기드문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저는 중간에 도망쳤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듯 하네요.

강동촛불-"따로 또 같이"의 모범?

작년 이맘부터 매주 수요일 지역에서 촛불을 들어온 강동촛불은 이 '다양한' 구성원으로 인해 견해차가 들어난 적도 있었지만, 차이를 확인하긴 보단 방향을 공유하는 식으로 문제를 푼 것 같습니다. 첫 카페지기님이 분명 정치적 신념과 직책도 있으신 분이었지만, 편파성 없는 운영(제가 보기엔)으로 문제소지를 없앴고, 초기부터 열혈 회원들이 자신들을 순수한 '촛불'로만 규정하고 왕성히 활동함으로써 지금까지 그 분위기가 유지되어오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구체적 대안과 방안이 부족하다고도 하고, 주된 내용은 '반 MB정책'수준이지만, 사실 그런 내용상 수준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역촛불'이 여러 한계점은 있지만, 지역 단체간의 끈을 유지하고 연대를 강화하고, 지역 시민들이 온/오프에서 소극적으로나마 참여하는 공간이 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암튼

행사 준비하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